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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하고싶은것 맘대로

최엘비의 독립음악을 대하는 엄마의 자세

by ajhf 2022. 3. 1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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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엘비 독립음악커버사진
독립음악





최엘비는 지난겨울 막내아들과 함께 갔던 [데자부 콘서트]에서 처음 보았다.
공연 인트로를 멋지게 열었던 그 레퍼가 최 엘비라고 가르쳐준 우리 아들이 말했다.

'엄마 나 힙합동아리 만들 거예요'

올해 고등학교 입학하고 야심 차게 처음 하는 일이 힙합동아리를 만드는 일이라니.

최엘비의 독립음악


2021년 11월 발매되었던 최엘비 정규앨범 독립음악을 사달라고 한다.
싸인 앨범이라 꼭 사야 한단다.
주문한 지 한 달이 넘어 도착해서 살짝 잊어버리고 있었는데
아들은 매일같이 사이트를 드나들며 기다렸는지
마치 생일 선물이라도 받은 거처럼 좋아한다.

아들이 학교 간 사이 앨범을 들어 본다.
[데자부]라는 힙합그룹에 속해 있는 최엘비는 자신에게 있는 열등감을 숨기지 않았다.
잘 나가는 소속사가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데, 그걸 해냈는데,
자격지심과 열등감에 휩싸인 자신을 훤히 드러내 버린다.
종종 레퍼들은 자신의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 거 같다.
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내뱉는 카타르시스!

최엘비의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다가 흘러들어오는 가사에 뭉클해졌다.

《마마보이》
엄마 난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
웬일이긴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
아무 일도 없으니까
하지 마 걱정은
아 할 말이 있는데
나 10만 원만 빌려줘
돈 때문에 전화 한건 아닌데
엄마 사랑해
엄마가 준 비타민도 매일 먹어
착하게 살고 있어 엄마 생각보다 많이 바쁘게
돈 들어오고 나면 이거 몇십 배로 갚을게

보고 싶어 많이
돈을 받아서가 아니라
엄마 내 마음 알지
이제 작업해야 하니까 끊을게
난 엄마밖에 없어 역시
전화를 끊고 거울에 비친 건 병신
왜 난 힘들 때만 엄마 생각이 나
왜 난 숨을 때만 엄마 생각이 나
난 왜

나는 왜


나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. 가끔 자기 방에서 쿵쿵거리는 음악만 듣다가 엄마 들으라고
방탄소년단 음악도 틀어주는 우리 귀여운 아들도 나중에 서울로 간다는데,
작업실도 만들고 알바도 하고,
최엘비의 마마보이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목 안쪽이 아파왔다.

최엘비는 래퍼들의 음악은 모두가 목소리를 긁어대고 쿵쿵거리는 비트에 맞추고
세상을 향해 욕이나 하는 줄 알았던 무지한 내게 그렇지 않다고 가르쳐 주었다.

최엘비는 [아는 사람 얘기]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.
친구 씨잼과 비와이와의 서사를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인 것처럼
꾸짖고 비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.
앨범을 통해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.
자신은 잘하려고 하는 데 잘 따라주지 않는 현실적인 여건들 때문에 괴로워하고
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치 못하는 자신과 자신보다 먼저 잘 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들을 쏟아낸다.
이런 감정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젊음을 지나온 세대들도 공감하는
내용이라 깊은 공감이 되었다.

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다 최엘비의 서사를 접하고 든 생각은
젊음이 그렇게 불안정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.
최엘비의 과거는 조바심 나고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속에 있었을지 모르지만
지난달 가까이서 본 최엘비는 힘이 있었다.
눈빛도 반짝이고 몸에서 나오는 바이브에 여유가 있었다.
비록 관객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.

우리 아들처럼 누군가는 당신의 싸인을 절절히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.
그냥 젊음이 견뎌야 할 무게 같은 것이라고, 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.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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